
대전시 원도심에 신풍속도가 생기고 있다. 중구 대흥동 성당 건너편의 은행동에 소재한 성심당 앞에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바로 성심당 앞에 길게 늘어선 손님들의 대기행렬이다. 짧게는 수십미터에서 수백미터까지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을 매일 볼 수 있다.
과거 대전 상권의 중심 축이었던 중구 은행동과 대흥동, 선화동은 대전시청 등 공공기관의 신도심 이전으로 상권은 초라하게 죽어가고 있다. 도매시장 기능을 겸비해 중부이남 전국의 상인들이 찾았던 동구 원동 중앙시장과 중동 한약재골목 및 인쇄골목 등도 과거의 영화는 오간데 없이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쇠퇴기로에 있는 대전 원도심의 현실이다.
그런데 은행동 성심당 본점 앞에 줄지어 서있는 손님들의 웨이팅 줄을 보노라면 대전 원도심 회복에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성심당의 파급효과가 원도심에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성심당(聖心堂)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창업주 임길순씨(1912~1997)가 1956년 10월 15일 대전역 앞에서 찐빵집을 차리면서 시작됐다.
임길순씨는 함경도 사람으로 6.25전쟁 시기 흥남철수 때 흥남항에서 피란민을 태운 배에 올라 경남 거제에 내려 살다가 서울행을 결심하고 상행선 기차를 타고 올라가던 중 열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대전역에서 내려 대전에 안착한 사연을 갖고 있다. 성심당과 대전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임길순씨 가족은 막상 대전에 내렸지만 생계가 막막해 대흥동 성당을 찾아갔다. 성당에서 신부님으로부터 밀가루 2포대를 지원받아 대전역 앞에서 찐빵을 만들어 팔게 된 게 성심당의 출발점이다.
임길순씨는 그 이후 대전역 앞 빵집을 대흥동 성당이 잘 보이는 지금의 장소로 옮겨 빵집을 운영해 오다가 장남인 현 임영진 대표에게 물려 줬다.
성심당은 시련도 많이 겪었다. IMF 외환위기때 임 대표의 동생이 시도했던 프랜차이즈 사업이 실패했고 임 대표가 운영하던 은행동 성심당 본점도 화재가 발생해 큰 피해를 봤다. 임 대표는 그때 빵집을 접으려 했다. 그 때 직원들이 화재복구에 땀과 열정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는 다시 재기하겠다며 마음을 다잡아 오늘에 이르게 됐다.
시대적 흐름도 큰 보탬이 됐다. 타지에 분점을 두지 않고 대전을 떠나지 않겠다는 경영전략이 성심당 빵의 희소성을 높였다.
튀김소보로와 부추빵 등 히트상품이 속속 나오면서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게 됐다. 게다가 기존 프랜차이즈 빵집에 식상해 하던 소비자들이 지역의 맛집 빵집을 찾아 나서게 되면서 성심당은 빵 마니아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홍보수단의 변화라는 시대 트렌드도 성심당을 알리는데 한몫했다. 유튜브와 블로그 등 새롭게 등장한 홍보매체 도움으로 성심당 빵은 국민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직접 성심당을 찾아와 영상 등을 제작해 SNS에 올리는 게 유행이 됐다. ‘성심당 빵투어’는 하나의 젊음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성심당 빵봉투에는 “성심당은 대전의 문화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만큼 ’대전은 성심당, 성심당은 대전‘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젊은 층에선 대전은 재미없는 도시라는 뜻의 ’노잼도시‘라고 놀려 대지만 성심당이 대전에 있는 것은 부러워한다.
빵마니아들은 대전광역시를 ’성심광역시‘로 부를 정도다. 성심당이 대전의 도시 정체성을 결정짓는 주요 자원이 됐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대전시의 ‘2019년 대전관광 실태조사 및 발전방향 연구’에 따르면 성심당이 관광객 방문 및 추천장소·음식 1위에 올랐다.
워낙 유명한 장소다 보니 대전 시민도 대전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성심당을 꼽는 사람이 많다. 2017년 19대 대선 당시 SBS 선거방송 '2017 국민의 선택'에서 성심당에서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이 대전의 상징 배경으로 나오기도 했다.
성심당은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교황의 식사빵을 만든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군산 이성당, 서울 나폴레옹, 전주 PNB풍년제과, 부산 비앤씨와 함께 대한민국의 5대 빵집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성심당은 서울에서 KTX 열차로 1시간대 도착 등 전국에서 접근성이 뛰어난 입지여건과 가성비 높은 빵종류 구비로 수익률 면에선 프랜차이즈 제과업체들을 제쳐 인지도에선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민들에게 각인된 성심당에 대한 호감 이미지가 크게 작용한다. 당일 판매하고 남은 빵은 모두 복지시설에 기부하는 등 창업 때부터 이어져 온 사회기여 활동과 직원복지제도 등 ‘착한 기업’ 이미지도 한 몫하고 있다.
전국의 ‘빵돌이&빵순이’ 들은 성심당 투어가 인기 여행코스다. 성심당 빵을 맛보기 위해 대전방문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유튜브와 블로그에는 성심당 방문 여행 후기가 도배하고 있다. 성심당 빵을 사기 위해 일부러 대전여행 일정을 짜고 숙받도 마다하지 않는다.
현재 성심당은 전국에서 찾아오는 고객들의 발길로 매장이 북새통이다.
대전을 방문한 관광객이나 업무상 대전에 출장 온 사람들은 귀가할 때 대전의 상징선물로 성심당 빵을 많이 사가고 있다.
성심당을 찾는 외부방문객 증가로 대전시내 주변 식당과 숙박업소 등도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성심당을 찾는 원정고객들이 바로 대전을 방문할 때마다 시내 곳곳의 산재한 식당을 찾다 보니 부수효과가 대단하다.
KTX 등을 이용해 대전역으로 오는 외부고객들은 대전역 앞의 김화칼국수나 삼성동 오씨칼국수를 찾아 대전의 대표음식인 칼국수를 맛보고 있다. 또 선화동 광천식당이나 대흥동 종로집의 두부두루치기와 수육, 소나무집의 오징어칼국수 등도 추천맛집으로 소문나 탐험하고 있다.
일부는 태평동 소국밥집을 찾고 있으며 미디어에서 맛집 소개된 중동 태화관 중국음식점 등도 요즘은 대기 줄로 문전성시다.
성심당 효과로 대전 원도심의 사그라들던 식당가에 손님 발길이 늘고 있는 것이다.
성심당을 찾는 대전 방문 여행객들로 대흥동과 은행동 등 원도심의 숙박업소 이용객도 덩달아 늘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라는 현안을 안고 있는 대전시로선 성심당을 활용하고 성심당과 손잡고 원도심 관광코스를 넓혀 나가야 한다.
대전만이 보유한 성심당의 가치를 십분 활용해 대전 관광 활성화와 상권 회복의 전기를 마련해야만 한다.
젊은층의 선호도를 반영해 대전역에서 성심당을 거쳐 근대문화유산이 남아있는 원도심을 하나의 관광 코스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전역에서 시작해 소제동 카페촌과 은행동 으능정이거리, 성심당 본점, 구 충남도청사와 대흥동 테미오레 문화촌, 부사동 한화이글스파크 야구장, 보문산을 연결해 원도심 관광지도를 만들어 보자. 그래서 전국에서 찾아온 젊은이들이 대전의 매력을 느끼도록 하자.
강릉은 정동진 해돋이를 보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숙박업과 커피판매점, 향토음식점 등이 활기를 찾는 도시다.
성심당과 연계한다면 대전도 강릉 못지않은 전국의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대전 원도심 활성화는 자연스레 얻게 되는 보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