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과 묵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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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과 묵념
  •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 승인 2017.12.0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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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며칠 전(12월 3일) 오젼 6시경에 인천 앞 바다 영흥대교 부근에서 9.8톤 급 낚시배 선창1호 선박이 전복되는 해상충돌사고가 발생했다. 승객 22명이 타고 있던 선창1호가 갑자기 나타난

336톤의 거대한 급유선에 부딪혀 전복되었다. 그 배의 탑승객 중 7명이 살아남고 낚시꾼 등15명이 목숨을 잃었다. 해상사고로 유명한 ‘세월호’사건이 아직도 매듭이 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일어난 ‘바다의 참사’가 아닌가.

당초 깜깜한 영흥대교 협로에서 갑자기 배가 튕겨져 나가 뒤집히는 바람에 실종된 승객 두 사람을 찾느라 해경 경비함정 30척, 해군함정 7척, 관공선 1척 등 그리고 해경 항공기 2대와 공군 항공기 1대가 투입되어 야간수색을 벌였다. 조명탄을 342발이나 투하하며 수색을 진행했다. 실종자 두 사람을 용케 수습해 냈다. 어지간히 수선을 핀 결과이다. 정부가 그런 점에서 신속하고 민첩하게 대응한 것을 알 수 있다. 잘 한 일이다.

이제 바다낚시가 국민적인 레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인기 있는 국민 레저로 그 인구가 4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느슨한 관리규정으로 바다낚시 어선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유람선의 경우는 해마다 안전점검을 실시하지만 낚시배에 대한 점검은 5년에 한 번꼴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낚시배의 안전사고는 잠재된 사고라는 말을 듣는다. 게다가 낚시배는 보통 10톤 이하의 소형선박이고 안전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운항에 나서는 형편이기 때문에 사고 위험을 자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낚시배 만이 아니라 모든 선박의 해상사고 방지를 위한 절대적 통제관리체계가 수립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부가 이번사고를 계기로 허술한 낚시 어선업 제도를 전면 재검토한다고 천명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이 현재 20명까지 탈 수 있는 낚시배 탑승 정원을 줄이고 선박 검사 주기도 1년으로 단축할 계획을 밝혔다. 검사항목도 강화하고 배의 복원성 통과 기준도 엄격하게 지킬 방침이란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런데 어떤 종류의 사고든 발생 자체를 제어할 방법과 기능은 없다. 예방을 위한 백신사항을

    

잘 지키는 것만이 현명한 대처에 다름 아니다. 그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기에 사고수습의 성취도를 높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이다. 사고의 희생자에 대한 애도나 추모는 사고 자체의 해결책은 결코 아니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회의 벽두에 희생자의 추모 묵념을 올리는 장면이 텔레비전 화면에 클로즈업됐다.

그걸 목격한 시청자 국민의 생각은 어땠을까. 함께 묵념을 올렸을까. 아니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을까. 그것도 아니면 대성통곡하며 사자를 위한 촛불이라도 켜들었을까. 십상팔구 그러지 않았을 게다. 그럴만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잘 사는 덕분에 여유만만하게 바다 고기를 낚으려고 새벽 같이 달려 나간 사람들의 희생이 아무리 귀중한 인간의 생명 문제라 해도 그런 부유호화 레저를 즐기고자 한 사실을 평범한 민초들은 대수롭잖게 여겼을 게 아닌가 싶다.

세월호의 희생자를 위한 추모 묵념이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말을 듣지 못 했다. 그거야 못난 전 정부였기에 그랬을 거라고 탓해 버리면 그만이다. 청와대 묵념은 없었어도 자칭 진보세력이라는 군상이 노란 리본을 걸고 죽은 아이들을 추모한답시고 정치적 불꽃놀이로 승화시켜 나라를 온통 노란 색깔로 뒤덮었다. 붉은 촛불로 세상을 뒤흔들어 댔다. 그게 민중의 함성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야단을 쳐댔다. 붉은 팥죽의 등장은 없었다.

이제 잇달아 생기는 바다의 사고, 너무나도 크게 터지는 육지의 교통사고, 정신병자의 황당한 행동으로 벌어지는 치사사건들이 발생해서 희생자가 생기면 그때 마다 청와대는 추모묵념이라는 세레머니를 치러야 할 건가. 연평도에서 희생한 구국장병들에 대한 청와대 회의석상 묵념행사가 있었던가 궁금하다. 목욕탕 대기실에서 텔레비전 화면을 보고 있던 80대 노친네가 툭 하고 내 뱉은 한 마디 말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제기랄 우리 집 개가 죽으면 묵념해 줄 건가”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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