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소문난 잔치 먹을 것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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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소문난 잔치 먹을 것이 없는가
  •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 승인 2018.06.1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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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어지간히 시끄럽다. 텔레비전 방송은 바쁘다. YTN을 비롯한 종편방송의 화면은 미북정상 회담에 관한 뉴스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오늘 미국과 북한의 두 정상인 트럼프와 김정은이 싱가폴로 간다는 소식을 전하느라 앵커들이 애를 쓰고 있다. 4·27남북정상회담의 효시로 마련된 미북정상회담의 준비가 한 달이 훨씬 넘게 진행되어 왔다.

그동안 미국이나 북한이나 양국 정상이 회동하는 사건 자체를 매우 귀중하게 생각하고 희망에 찬 전망을 내놓았다. 온 세계가 그 두 나라의 동정을 예의 주시하면서 좋은 회담의 진전을 기대하고 있다. 북한이 핵 도발을 중지 포기하고 남북한의 평화정착이 성취되기를 소망하는 세계인들의 기원이 활화산처럼 드높아져 있다. 누가 뭐라 해도 이건 세계평화의 증진이기 때문이다.

그러할진대 미국과 북한이 모처럼 얻은 이 좋은 기회를 정녕 세계평화와 인류공존의 도약대로 삼아 역사적인 회담을 기필코 훌륭하게 성사시키기를 온 지구인이 못내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로벌 이벤트의 중차대한 의미를 누구나 부정하지 않고 첫 번째 미북회담의 개최를 환영하고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한동안 귀가 따갑고 눈이 아프도록 그 회담의 진전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어찌 보면 너무 지나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매스 미디어가 취재에 열을 올리는가 싶기도 하다. 하루의 절반 이상이나 되는 시간을 차지하는 회담준비상황 보도는 마치 광고학에서 진저리 날 정도로 억세게 광고홍보를 강행하라는 광고강압정책을 인용하는 듯하다. 알 권리, 알려 줘야 할 의무 어느 것이 되든 TV시청자가 받는 불감청 고소원(不堪請 固所願)도 아닐진대 민망하고 원망스럽다 아니 할 수 없다.

더구나 회담장소 결정부터 어수선하게 떠들어 대다가 마침내 싱가폴로 결정했다. 그 결정이 나기까지 뭐 그리도 성가신 게 많아서 이리저리 돌려 빼기 하듯 했는지 모르겠다. 판문점부터 몽골이니 캐나다니 심지어 유럽 어딘가도 입줄에 올랐다. 두 나라 가운데 어느 한 나라에서 하면 동티가 나는 것인지. 하기야 시험 볼 때 자리가 70점을 차지하고 실력은 겨우 30%면 된다는 허드레 말이 실감나기도 한다.

게다가 보안문제라는 게 엄청난 정력낭비를 초래했잖은가. 순 우리말로 한 나라의 우두머리인 소위 정상은 그 신변에 대한 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다 할 게 물론 아니다. 국가의 통치자요 국민의 지도자이며 나라살림을 짊어지고 나라 지키기를 감당하는 사람이라서 초특급의 신변보호가 절대적 필요조건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이번에 거론하는 보안 자체는 너무 과하지 않나 싶다. 꼭 죽을 것만을 생각하는 자세가 보이기 때문이다.

    

존 케네디 대통령은 텍사스벌판을 마음 놓고 가다가 흉탄세례를 받았다. 너무 훌륭한 대통령의 죽음이었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라도 트럼프·김정은 두 정상은 극도로 긴장된 분위기에 막중한 임무수행을 아름답게 성취할 수 있어야한다. 두 사람은 똑같이 인류공동의 절대악인 핵무기 완전폐기 합의실천이라는, 만천하가 인증하는 약속을 거두어야 한다. 얼핏 서투른 장난은 언감생심이다. 트럼프의 말대로 25년간이나 속아온 전례를 되풀이하는 바보짓은 고사해야 한다. 더욱이 3대 세습이라는 북한의 선대유훈을 들먹이며 행여 뒷구멍으로 빼는 허튼수작일랑 몽땅 까발려 줘야 한다.

이번 미북 간의 회담 진행과 결말이 찬란한 진주알의 광채처럼 빛나기를 바라는 한국의 양심적이고 선량한 국민들의 큰 박수를 받도록 성사되리라 믿는다. 더구나 세계 초강대국 미국과 마주 앉는 쬐그만 나라의 수장 김정은은 덩달아 품격을 업그레이드하는 행운을 얻었다. 그 김에 부디 언행이나 행동거지가 품위를 제대로 유지해 명실 공히 세계인의 대열에 얌전히 진입하기 바란다. 부디 그러기를 당부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후 3시 35분에 김정은이 탄 에어 차이나 비행기가 싱가폴에 도착했다는 뉴스가 떴다.

그러거늘 우리의 해학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한 속담의 진지성을 고려하게 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의 함의가 이런 때에 필요하지 않나 싶다. 속빈 강정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미북정상 회담이다. 오래 동안 이리 재고 저리 재가면서 외딴 섬 숲속에 자리한 호화판 별장형 호텔에서 첫 밀회처럼 치러지는 회담에 초과달성한 보안은 싱가폴 주민의 불편까지 초래하는 엄중조치를 감행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떠들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까불어 댔는가. 소문이 넘치고 넘쳤다. 가보니 소문이 컸던 잔치에 먹을 건 별 수 없었다고 하듯 미북정상회담이 제발 소갈머리 없는 탈춤 판(mask-dance parade)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제발 먹을 것 없는 잔치가 안 되도록 할지어다.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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