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정부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및 2004년 쌀 협상 결과에 따라 2015년 1월1일부터 쌀을 관세화하기로 결정했다. 여당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옹호한 반면 야당과 농민단체들은 독단적 결정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쌀 관세화’는 1986~1988년의 국내외 가격차만큼 관세를 설정하고 해당 관세를 납부할 경우 쌀을 수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관세만 내면 얼마든지 수입이 가능해진다.
1994년 타결된 UR협상에서 모든 농산물을 관세화하기로 했으나 우리나라 쌀은 예외를 인정받아 1995년부터 올해 말까지 총 20년간 관세화를 유예했고 연말에 유예 기간이 종료된다.
1995년부터 2004년까지 관세화를 유예했고 2004년 쌀 협상을 통해 관세화 유예를 10년 연장하면서 그 대가로 의무수입물량(MMA)을 설정해 유예기간동안 늘려왔다. 의무수입물량(MMA)은 1995년 5만1000톤에서 2004년 20만5000톤, 2014년 40만9000톤(국내 소비량 9%)이었다.
정부는 7월18일 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한 가운데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해 쌀을 관세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간 검토해 온 관세율 수준, 국내․외 쌀값, 중장기 환율 및 국제가격 전망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관세화 후 현행 의무수입물량(40만9천톤) 이외의 쌀 수입량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상이다.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WTO 설립협정에 근거해 ‘일시 의무면제(waiver, 웨이버)’를 획득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WTO 회원국(2014년 현재 160개국)의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의무수입물량 증량 등 대가 지불이 불가피하며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설정해 쌀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여당인 새누리당은 “시장 개방을 더 미루면 의무수입 물량이 올해 40만t에서 최고 82만t으로 늘어나 재고와 재정적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면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반면 야당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관세화를 결정했다며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은 “정부가 지난 6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국회 등의 의견 수렴을 거치겠다고 해놓고 불과 보름여 만에 밀어붙이기식 불통농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9월까지 WTO에 관세화를 반드시 통보해야 하는 것도 아님에도 정부의 독단이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농민들의 반발은 더욱 심각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1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가 관세화 의무론을 WTO농업협정에 근거해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쌀 개방 방식을 국회 보고로만 끝내겠다는 것은 최소한의 절차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농은 정부가 20년 전부터 확정된 관세율을 공개하지 않은 점을 두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특히 “협상 대상이 아닌 관세율을 먼저 협상 의제로 삼은 것은 명백한 실수”라고 비판했다.